첫 눈이 온지도 한 참이 지났다. 이미 겨울이 왔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이다. 아침에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기 까지가 하루에서 제일 힘들어지는 그런 계절이다. 예상치 못하게 일찍 끝나버린 알바 때문인지, 게으른 내 탓인지 하루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고 하고 싶은 일도, 재밌는 일도 생기지가 않는 것 같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 골목길에는 어젯밤에 내린 눈때문에 바닥이 희게 얼어있었다. 이곳 저곳 추위에 얼어 빙판길을 만들어 놓으니, 자연스레 눈 길을 비켜 추운 걸음을 재촉했다.
어릴때는 하얗게 눈이 쌓이면 내 만족감에 마구 밟으며 걸었다. 뽀득 뽀득 설거지라도 하듯이 눈이 내는 소리가 기분이 좋기도, 밟을 때 눌리는 차갑지만 안락함 때문 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추위를 피해. 차가운 골목길을 지나려는 행인에 불과했다. 나는 그 길 위에서도 얼은 눈 길이 주는 매서움과 추위에서 달아나려고 애를 쓰는 것만 같았다.
어릴 때의 나는 그저 눈 밟기를 좋아했던 것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