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독서

[책]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bitcodic 2020. 12. 14. 19:18

스포+후기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고나면 여기에 내 생각을 정리해야지 생각했으나, 현재 환경상 그렇게 못하는 게 참 아쉽다...

 

원래는 각종 영화들을 가리지 않고 봤으나, 로맨스 장르는 잘 보지 않았다. 근데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영화들이 참 내 감성에 잘 맞는 것 같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담담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살아가면서 각종 MSG에 노출된다. 그건 티비쇼가 될 수도 있고 어제 먹은 저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자극들 때문인지 맵고 짜고 단 것들만 찾아다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는 그런 MSG들로부터 2시간 동안 만이라도 쉬게 해주는 듯하다. 물론 조금 자극적인 장면들도 있으나, 우리가 살아가며 받는 자극에 비해 그저 그렇지 않은가. 적절한 소금은 최고의 음식이 되도록 돕는 것 처럼.

 

주인공 남성과 조제라는 별명을 갖는 하반신 마비 여성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솔직히 조제의 말투나 태도가 별로 사회성 있진 않아 답답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불편한 다리를 갖고, 길러준 할머니가 밖에도 못나가게 했으니 그 정도는 감안해야하지 않나 싶다. 나도 집에서 컴퓨터나 두들기니까 사회성이 이 모양이기 때문...

 

아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에 조제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선 주인공이 전여친과 걷다가 가드레일을 붙잡고 대성통곡하는 장면일 것이다.

난 그 장면보다는 그 순간 나오는 나레이션이 기억이 남는다.

 

"담백한 이별이었다.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사실은 단 하나 뿐이었다. 내가 도망쳤다."

 

주인공은 조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를 도망쳤다고 표현했다. 맞아. 주인공은 그랬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조제는 아쿠아리움 갔을 때부터 느낀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당시에 담담히 받아들였다.

 

베스트 엔딩은 아닐테지만, 그렇다고 배드 엔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제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면서 쫓아가거나, 자살시도를 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했기 때문이다. 조제는 이별을 겪고도 홀로 휠체어를 끌며,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냈기 때문이다.

 

주인공 또한 굳이 따지면 배드 엔딩은 아닐 것이다. 물론 본인이 선택한 결과이고, 눈물을 흘렸지만. 미래에 자신이 조제를 감당해낼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더 일이 커지기 전에 그만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면 내가 아는 사람들처럼 맨날 싸우거나, 툭하면 감정이나 상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럴거면 빨리 끝내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커피 같은 영화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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